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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정치학』(천병희 역)




제1권 국가 공동체의 본질


        제1장 공동체로서의 국가

 

  모든 국가(polis)는 분명 일종의 공동체이며, 모든 공동체는 어떤 선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된다. 무릇 인간 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선(善, agathon)이라고 생각되는 바를 실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공동체가 어떤 선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모든 공동체 중에서도 으뜸가며 다른 공동체를 모두 포괄하는 공동체야말로 분명 으뜸가는 선을 가장 훌륭하게 추구할 것인데, 이것이 이른바 국가 또는 국가 공동체다. (1252a1)


  타고난 치자와 피치자도 자기 보존을 위해 결합해야 한다. 지성에 의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자는 타고난 치자이자 주인이지만, 남이 계획한 것을 체력으로 실현할 뿐인 자는 피치자요 타고난 노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과 노예는 상호 보완적이어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1252a 30)



        제2장 국가는 본성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두 가지 결합[남녀의 결합과 주인과 노예의 결합]에서 맨 먼저 생겨난 것이 가정(oikos)이다. 따라서 헤시오도스가 “먼저 집과 여자 그리고 밭갈이할 소”라고 말한 것은 당연하다. 소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가사 노예이기 때문이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공동체가 이렇듯 가정인데, 그 구성원을 카론다스는 ‘식탁 동료들’이라고 부르고, 크레테의 에피메니데스는 ‘식구’라고 부른다. (1252b9)


  날마다 되풀이되는 필요 이상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가정으로 구성된 최초의 공동체가 마을(kome)이다. …… 모든 가정은 최고 연장자가 왕처럼 지배했고, 분가해 나간 가정들도 한 핏줄인지라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1252b15)


  여러 부락으로 구성되는 완전한 공동체가 국가인데, 국가는 이미 완전한 자급자족(autarkeia)이라는 최고 단계에 도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해 국가는 단순한 생존을 위해 형성되지만 훌륭한 삶을 위해 존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전 공동체들이 자연스런 것이라면 모든 국가도 자연스런 것이다. 국가는 이전 공동체들의 최종 목표(telos)고, 어떤 사물의 본성(physis)은 그 사물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 사물의 최종 원인과 최종 목표는 최선의 것이며, 자급자족은 최종 목표이자 최선의 것이다. (1252b27)


  이로 미루어 국가는 자연의 산물이며, 인간은 본성적으로 국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동물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어떤 사고가 아니라 본성으로 인하여 국가가 없는 자는 인간 이하거나 인 간 이상이다. 그런 자를 호메로스는 “친족도 없고 법률도 없고 가정도 없는 자”라고 비난한다. (1253a1)


  자연은 어떤 목적 없이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그런데 인간은 언어(logos) 능력을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 언어는 무엇이 유익하고 무엇이 유해한지, 그리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밝히는 데 쓰인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의 차이점은 인간만이 선과 악, 옳고 그름 등등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인식의 공유에서 가정과 국가가 생성되는 것이다. (1253a7)


  국가는 본성상 가정과 개인에 우선한다. 전체는 필연적으로 부분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몸 전체가 파괴되면 손이나 발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며, 석상의 손에 관하여 말할 때처럼 이름으로만 존재할 것이다. 죽은 손은 석상의 손보다 나을 게 없기 때문이다. 사물은 그 기능(ergon)과 능력(dynamis)에 의해 규정된다. (1253a18)


  국가는 분명 자연의 산물이고 개인에 우선한다. 왜냐하면 고립되어 자급자족하지 못하면 개인은 전체에 대해 다른 경우 부분이 전체에 대해 갖는 관계를 맺을 것이기 때문이다. (1253a25)


  인간은 완성되었을 때는 가장 훌륭한 동물이지만, 법(nomos)과 정의(dike)에서 이탈했을 때는 가장 사악한 동물이다. …… 탁월함(arete)이 없으면 인간은 가장 불경하고 가장 야만적이며, 색욕과 식욕을 가장 밝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의는 국가 공동체의 특징 중 하나다. 정의는 국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해주고, 정의감은 무엇인 옳은지 판별해주기 때문이다. (1253a29)



        제3장 가정과 노예


  완전한 가정은 노예와 자유민으로 구성된다. …… 가정의 가장 주된 최소 요소는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자식이다.



        제4장 도구로서의 노예


  재산은 가정의 일부이고, 재산 획득 기술은 가사 관리의 일부다. …… 도구 가운데 어떤 것은 생명이 없고, 어떤 것은 생명이 있다. 예컨대 배의 선장에게 노는 생명 없는 도구지만, 망보는 선원은 생명 있는 도구다. 기술에 관한 한 조수(助手)는 도구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물은 살기 위한 도구이고, 재산은 도구들의 집합이다. 또한 노에는 일종의 살아 있는 재물이고, 조수는 다른 도구들에 우선하는 도구이다. (1253b23)


  통상적인 의미의 도구는 생산을 위한 도구인 반면, 재산은 활동을 위한(praktikon) 도구다. 예컨대 베틀의 북을 사용하면 다른 것이 생산되지만, 침대나 옷은 사용할 뿐이다. 그리고 생산과 활동(praxis)은 서로 종류가 다르고, 이들은 둘다 도구를 요하므로, 이들이 사용하는 도구들도 필연적으로 종류가 다르다. 그런데 삶은 활동이지 생산이 아니다. 따라서 노예는 활동을 위해 쓰이는 도구다.



        제5장 노예제도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생명 있는 것은 혼(psyche)과 몸(soma)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전자는 본성적으로 치자이고 후자는 피치자이다. (1254a28)


  아무튼 우리는 앞서 말했듯이 우선 생명 있는 것들 속에서 주인이 노예에게 행사하는 것과 같은 지배와 정치가가 동료 시민들에게 행사하는 것과 같은 지배라는 두 가지 형태의 지배를 볼 수 있다. 몸에 대한 혼의 지배는 주인의 지배와 같고, 욕망에 대한 지성(nous)의 지배는 정치가나 왕의 지배와 같기에 하는 말이다. …… 수컷이 본성적으로 더 우월하고, 암컷은 열등하다. 그래서 수컷이 지배하고, 암컷은 지배받는다. 그리고 이런 원칙은 인간관계 전반에 적용되어야 한다. (1254b2)


  몸을 사용하는 것을 업(業)으로 삼되 그럴 경우 최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인간들은 모두 본성적으로 노예이며, 이들은 모두 앞서 말한 원칙에 따라 주인의 지배를 받는 편이 더 낫다. 남에게 속할 수 있고 그래서 실제로 남에게 속하는 자는, 그리고 이성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성을 갖지 못하는 자는 본성적으로 노예이기 때문이다. …… 노예와 길들인 동물의 용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둘 다 생필품을 조달하도록 주인에게 몸으로 봉사하기 때문이다. (1254b16)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신상(神像)이 사람보다 훌륭한 만큼 어떤 사람들의 몸이 남들보다 훌륭하다면, 열등한 자들은 마땅히 그들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데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몸에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사실일진대 혼에도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은 더 당연하지 않겠는가! (1254b32)


  이렇듯 어떤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자유민이고 어떤 사람들은 노예인데, 후자에게는 노예제도가 유익하고 정당함이 분명하다. (1254b39)



        제7장 법적 노예 지배의 특성


  정치가는 타고난 자유민을, 주인은 타고난 노예들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정에서의 지배는 독재(monarchia)적이다. 각각의 집을 한 사람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가는 자유민과 동등한 자들을 지배한다. (1255b16)


  주인이 주인이라고 불리는 것은 그가 습득한 지식 때문이 아니라, 타고난 탁월함 때문이다. (1255b20)


  한 편 주인을 위한 지식도 있는데, 그것은 노예를 부리는 법을 가르쳐 준다. 주인은 노예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노예를 부림으로써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예를 부리는 것은 위대하거나 고상한 지식이 아니다. 주인은 노예가 반드시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을 시킬 줄만 알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번거로운 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살림이 넉넉한 주인들은 노예의 관리를 집사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정치와 철학에 전념하는 것이다. (1255b30)



        제8장 재산 획득 기술에 관하여


  가사 관리는 재산 획득 기술과 같은 것이 아님이 밝혀졌다. 후자는 재료를 제공하고, 전자는 그것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1256a10)


  이런 재산 획득 기술은 본성적으로 가사 관리 기술의 일종이다. 왜냐하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고 국가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에 유익한 재물들 가운데 비축될 수 있는 것들은 넉넉히 비축되어 있거나, 아니면 가사 관리 기술이 그런 것들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1256b26)



        제9장 재산 획득의 자연스런 방법과 부자연스런 방법


  샌들은 신는 데도 사용되고 교환하는 데도 사용된다. 샌들은 두 가지 용도로 쓰이는 것이다. 돈이나 음식을 받고 샌들이 필요한 사람에게 샌들을 주는 사람은 샌들을 샌들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샌들의 고유한 용도는 아니다. 샌들은 교환하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다른 재물도 마찬가지다. 물물교환은 이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은 너무 적게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돈 버는 기술이 상업의 자연스러운 부분이 아님을 추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쌍방의 욕구가 충족될 때가지만 교환 행위가 필요할 것이다. (1256b40)


  바로 이 물물교환에서 돈 버는 기술이 생겨났다. 한 나라 주민들이 다른 나라 주민들에게 점점 더 의존하게 되어 필요한 것은 수입하고 남는 것은 수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화폐가 사용된다. ……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거래할 때 무쇠, 은 등등 갑이 나가고 교환하기 편리한 것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1257a28)


  일단 화폐가 도입되자 생필품의 물물교환은 재산 획득의 또 다른 형태, 즉 상업으로 발전했다. …… 화폐가 도입되면서 재산 획득 기술은 주로 화폐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그리고 어디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 알아내는 기술로 간주된다. 그래서 재산 획득 기술과 상업이 화폐와 관계가 있는 만큼, 부는 흔히 다량의 화폐와 동일시되곤 한다. (1257a41)


  자연스런 부와 자연스런 재산 획득 기술이란 그와는 다른 것으로서 가사 관리에 속하지만, 상업은 진정한 의미에서가 아니라 교역을 통해서만 재산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업은 오직 화폐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화폐가 상업의 필수 성분이자 목적이기 때문이다. (1257b17)


  또 이런 종류의 재산 획득 기술에서 생겨나는 부에는 한계가 없다. …… 이런 종류의 재산 획득 기술의 목표에도 한계가 없다. 그것이 추구하는 목표는 화폐 형태의 부와 오직 화폐의 획득이기 대무이다. 반면 가사 관리에 속하는 재산 획득 기술에는 한계가 있다. 부의 무한한 획득이 가사 관리의 기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1257b23)

  이러한 사고방식[증식이 가사 관리의 기능이라고 믿고는 가지고 있는 화폐를 그대로 간직하거나 무한히 증식해야 한다는 생각]은 인간이 훌륭한 삶이 아니라 단순한 생존을 추구하는 데서 기인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들의 욕망이 무한하듯, 그 욕망을 충족시킬 수단도 무한하기를 원한다. …… 그들의 향락은 과잉에 있으므로, 그들은 향락의 과잉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재산 증식]을 찾게 된다. (1257b40)


  이상으로 우리는 재산 획득 기술의 불필요한 형태에 관해 그것이 무엇인지, 왜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는지 논의했다. 우리는 또 필요한 형태의 재산 획득 기술에 관해 논하면서, 그것이 전자와는 다른 것이고 가사 관리 기술의 자연스런 일부로서 식량 조달과 관계가 있으며 전자처럼 무한하지 않고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밝혔다. (1258a14)



        제10장 가사 관리의 적절한 한계: 대부(貸付)는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재산 획득 기술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가사 관리에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업과 관련된 것이다. 전자는 필요하고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교역에 의존하는 후자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남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고리대금이 가장 심한 증오의 대상이 되는데, 이는 지당한 일이다. 그것은 화폐의 본래 기능인 교역 과정이 아니라, 화폐 자에서 이득을 취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화폐는 교역에 쓰라고 만들어진 것이지 이자를 낳으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258a38)



        제12장 남편의 권위와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간단한 고찰


  아내에 대한 그의 지배는 동료 시민들에 대한 정치가의 지배와 같고, 자식에 대한 그의 지배는 피치자들에 대한 왕의 지배와 같기에 하는 말이다. 자연에 배치되는 예외적인 경우 말고는, 남성이 여성보다 본성적으로 지배하는 데 더 적합하며, 연장자와 성인이 연소자와 미성년보다 지배하는 데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가가 지배하는 겨우 대개 치자와 피치자는 교대를 하며 국가는 차별 없는 평등을 지향한다. (1259a37)



        제13장 가정에서의 도덕성과 효율성


  치자와 피치자는 둘 다 탁월함을 지니되 그 종류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것은 본성적 피치자들 사이에서도 부류에 따라 탁월함의 종류가 다른 것과 같다. 이는 혼의 상태를 보면 알 수 있다. 혼에는 본성적으로 지배적인 부분과 피지배적인 부분이 있고, 이들의 탁월함을 서로 다른데, 그중 하나는 이성을 가진 부분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이성적인 부분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은 분명 다른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어, 본성적 치자와 본성적 피치자가 존재하는 것은 보편적 법칙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배의 종류는 서로 다르다. 노예에 대한 자유민의 지배는 여자에 대한 남자의 지배나 아이에 대한 어른의 지배와는 종류가 다른 것이다. …… 노예는 기획 능력이 전혀 없고, 여자는 기획 능력이 있긴 하지만 권위가 없고, 아이는 기획 능력이 있지만 아직은 그것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260a2)


  도덕적 탁월함의 경우도 그 점은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모두들 도덕적 탁월함을 지니되, 똑같은 정도가 아니라 각자 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지는 것이다. 그래서 치자는 완전한 형태의 도덕적 탁월함을 지녀야 하는데, 그것은 그의 기능이 진정한 의미에서 우두머리 장인의 기능이고, 이성이야말로 우두머리 장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구성원도 각자 필요한 만큼 도덕적 탁월함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앞서 말한 구성원이 모두 도덕적 탁월함을 지니는 것은 분명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절제 E는 남자와 여자의 용기와 정의는 소크라테스가 주장한 것처럼 같은 것이 아니다. 남자의 용기는 치자의 용기이고, 여자의 용기는 섬기는 자의 용기다. 이 점은 다른 탁월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260a14)






제 2 권 이상 국가


        제1장 국가 구성원의 재산 공유


  국가는 공동체인 만큼 그들은 최소한 영토는 공유해야 한다. 한 국가의 영토는 하나고, 시민들은 다름 아니라 한 국가를 공유하는 자들이다. (1260b36)



        제2장 플라톤의 『국가』에서의 극단적 통일성에 대한 비판


  분명 국가는 계속해서 점점 더 하나의 통일체가 되어가면 결국 국가이기를 그만두게 될 것이다. 국가는 본성적으로 하나의 복합체다. 따라서 국가는 복합체에서 점점 더 통일체가 되어갈수록 국가 대신 가정이 되고, 가정 대신 개인이 될 것이다. (1261a10)


  국가는 다수의 사람들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 이 요소들이 서로 받은 만큼 준다는 원칙이 국가를 유지해준다. 자유민들과 동등한 자들 사이에서도 이 원칙은 고수되어야 한다. 그들은 한꺼번에 공직에 취임할 수 없고, 1년 임기로 또는 다른 어떤 순서나 임기에 따라 취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1261a22)


  모든 시민은 날 때부터 평등하기 때문에, 그리고 공직이라는 것이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간에 모두 공직에 참여하는 것이 옳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불가능하다면, 동등한 권리를 가진 자들이 교대로 공직에서 물러나고, 공직을 떠나서는 모두 같은 지위를 가짐으로써 그런 원칙이 모방될 수 있다. 그것은 그들이 마치 다른 사람들이 되기라도 한 양 교대로 일부는 지배하고 일부는 지배받는 것을 뜻한다. (1261a37)


  국가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주민들이 자족할 수 있을 만큼 많고 다양해야 비로소 국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61b6)



        제3장 지나친 통일성은 비현실적이다


  설사 최대한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동체를 위해 최선이라 하더라도, 이 통일성은 모든 사람이 같은 것을 동시에 “내 것이오.” “내 것이 아니오.”라고 말한다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이것을 국가의 완전한 통일성의 지표로 보고 있다. …… ‘모두’가 같은 것을 “내 것이다.”라고 말하는 문구가 ‘저마다’ 그렇게 한다는 뜻이라면 바람직하긴 하지만 실현 불가능하고, ‘다 함께’ 그렇게 한다는 뜻이라면 화합을 저해한다. (1261b16)


  그러한 발상에는 불리한 점이 또 한 가지 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속하는 것일수록 보살핌을 덜 받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공유재산보다 사유재산에 더 관심이 많으며, 공유재산은 개인적으로 관련 있는 범위에서만 보살핀다. 다른 이유는 차치하고, 누군가 다른 사람이 보살필 것이라고 생각하면 누구나 다 소홀히 하게 마련이다. (1261b32)


  같은 소년이 ‘내 아들’도 되고 ‘아무개의 아들’도 되어, 천 명 또는 실수의 시민들 각자의 아들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과연 1000분의 1만큼은 아버지인지 확신이 서지 못할 것이다. 시민들 가운데 대체 누가 아이를 낳았는지, 누구의 아이가 살아남았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1262a1)


  플라톤의 구상대로 된다 해도 사람들이 더러 자신의 형제와 아들과 아버지와 어머니를 알아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12262a14)



        제4장 처자 공유제에 대한 비판(속편)


  부부를 공유하는 공동체에는 그런 제도를 옹호하는 자들이 아무리 조심해도 피하기 어려운 또 다른 폐해들이 있는데, 학대, 고의적 또는 우발적 살인, 말다툼, 비방 등이 그것이다. (1262a25)


  또 놀라운 것은, 플라톤이 모든 젊은이들을 만인의 아들로 만든 다음 연인 관계인 연장자들에게 젊은이들과의 육체적 관계만 금할 뿐 연애를 하거나 애정 표시를 하는 것은 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91262a32)


  그 밖에도 처자 공유제는 치자들인 수호자들보다는 피치자들인 농민들에게 더 쓸모가 있는 것 같다. 처자를 공유하는 곳에서는 우애(philia)가 약해져 피치자들이 고분고분하고 변혁을 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 처자를 공유하는 국가에서는 우애가 묽어져, 아버지는 틀림없이 아들을 ‘내 아들’이라고 부르지 않고, 아들은 ‘내 아버지’락 부르지 않게 될 것이다. …… 인간으로 하여금 배려와 애정의 감정을 품게 하는 것은 주로 ‘내 것’과 ‘소중한 것’의 두 가지인데, 플라톤식의 그런 국가에서는 그중 어는 것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91262a40)


  또 한 가지 난점은 플라톤의 구상에서 계층이동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과 관련된 것으로, 그에 따르면 농민이나 기술자 등 하위 계층의 분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탁월함에서 뛰어난 것으로 인정되면 수호자들이라는 상위 계층으로 이동하고, 반대로 상위 계층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탁월함에서 열등한 것으로 인정되면 하위 계층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런 계층이동이 어떻게 실행될 수 있을지 난감하다. (1262b24)



        제5장 플라톤의 『국가』에서의 재산 공유제에 대한 비판


  땅의 경작자가 노예처럼 땅임자와 다른 경우, 사정은 달라져 쉽게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땅임자들이 자기 땅을 경작할 경우, 소유권 문제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야기될 것이다. 노동과 수익이 공평하지 않을 경우, 많이 일하고 적게 받는 자들은 틀림없이 적게 일하고 많이 받는 자들을 원망하게 될 테니 말이다. (1262b37)


  두 가지 제도, 즉 재산의 공유제와 사유제의 장점을 다 취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재산은 한 가지 점[재산의 사용]에서는 공유이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사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가 자기 재산을 돌보면 불평할 일이 없을 것이고, 각자가 자기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느낄 테니 더 잘 보살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의 재산은 모두의 공유물이다.’라는 속담의 정신에 따라 개인의 재산이 모두를 위해 사용되도록 보장해주는 것은 도덕적 탁월함이지 법적 강제가 아니다. (1263a21)


  이상에서 밝혀졌듯이 재산은 개인이 소유하되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품성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입법자의 본연의 임무다. (1263a30)


  그 밖에도 무엇인가를 자기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쾌감을 안겨준다. ……자기 자신, 재산, 돈 같은 것에 대한 애착은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친구나 손님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움과 호의를 베푸는 것은 가장 큰 쾌감을 주는데 그것은 사유재산이 있어야 가능하다. (1263a40)


  그러나 지나치게 국가의 통일성을 추구할 경우 이런 쾌감들은 맛볼 수 없다. 그런 국가에서는 그 밖에도 두 가지 탁월함이 실현되는 것을 전혀 볼 수 없을 것이다. 그중 한 가지는 성관계를 절제하는 것이다. (절제를 위해 남의 아내를 가까이하지 않는 것은 가상한 일이기에 하는 말이다.) 두 번째는 재산과 관련하여 선심을 쓰는 것이다. 모든 것을 공유하면 어는 누구도 선심을 쓴다고 과시할 수도 없고, 실제로 선심을 쓸 수도 엇ㅂ다. 선심은 사유재산을 써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1263b7)


  소크라테스가 오류를 저지른 이유는 그의 논의의 출발점인 통일성에 대한 가정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가정에도 국가에도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총체적 통일성이어서는 안 된다. 통일성에도 어떤 선이 있어 그것을 넘어서면 국가가 국가이기를 멈추거나, 아니면 국가이기를 멈추지 않더라도 열등한 국가가 된다. …… 하나의 복합체인 국가는 교육에 의해 공동체가 되고 통일체가 되어야 한다. (1263b29)


  또한 그런[플라톤이 제안한] 공동체에서 국가가 전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소크라테스는 설명하지 않았고, 설명하기가 쉽지도 않을 것이다. 국가 구성원은 대부분 수호자들이 아닌 일반 대중인데 그들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1264a11)


  끝으로 소크라테스는 수호자들에게는 행복을 거부하면서 국가 전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입법자의 임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나 대부분이나 일부가 행복하지 않고서는 전체가 행복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6장 플라톤의 『법률』에 대한 비판


  『법률』은 대부분 입법과 관련이 있고, 정체에 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그리고 플라톤은 정체를 실재하는 국가들에 더 맞추려고 하지만 점점 이전의 정체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는 아내와 재산의 공유를 제외하고는 두 국가가 모든 점에서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법률』에서는 공동 식사 제도가 여자들에게까지 확대되었고, 전사들의 수가 5,000명인데 『국가』에서는 1,000명이라는 것이다. (1265a1)


  플라톤은 사람은 절제 있게 살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절제 있게 산다.”는 말을 그는 “훌륭하게 산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너무 포괄적인 표현이다. …… 선심과 절제는 재산 사용과 관련하여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탁월함이다. …… 따라서 재산의 사용에는 절제와 선심이라는 두 가지 탁월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1265a28)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은, 플라톤이 재산은 균등하게 배분하면서도 시민들의 수에 대해서는 무슨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인구수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1265a38)


  『법률』에서는 도 치자가 피치자와 어떻게 다른지 언급되지 않고 있다. (1265b18)


  플라톤이 『법률』에서 기술하고 있는 정체는 전체적으로 민주정체도 아니고 과두정체도 아닌 이 양자의 중간 형태로 흔히 ‘혼합정체’(politeia)라고 불리는데, 여기서는 자비로 중무장한 시민들이 권력을 장악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가장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체로서 이런 정체를 구성하려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체야말로 으뜸가는 정체에 버금가는 훌륭한 정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 아무튼 『법률』에서는 민주정체와 참주정체의 혼합이 최선의 정체로 언급되고 있다. (1265b26)


  그 밖에 『법률』의 정체는 분명 군주정체의 요소는 없고 과두정체와 민주정체의 요소만 있는데, 과두정체의 경향이 더 강하다. …… 부자들은 의회에 참석하고 공직자 선출 투표와 다른 국정에 참가할 의무가 있는 데 반해, 빈민은 그렇게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것은 과두정체의 특징이다. 또 다수의 공직자를 부자들 중에서 선출하고, 최고의 공직자를 최고의 재산등급에 속하는 자들에게서 선출하려는 노력도 역시 과두정체의 특징이다. (1266a5)





제 3 권 시민과 정체에 관한 이론


        제1장 시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국가는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 다른 전체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복합체다. 따라서 분명 우리는 먼저 시민이 무엇인지부터 고찰해야 하는데, 국가는 시민들로 구성된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1274b32)


  일정한 장소에 거주한다고 해서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재류외인(在留外人, metoikos)과 노예들도 시민이 아니지만 시민과 같은 장소에 거주하기 때문이다. 고소하거나 재판받을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다고 해서 시민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권리는 양국 간의 조약에 의해 보호받는 이방인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75a5)


  완전 시민의 가장 큰 특징은 재판 업무와 공직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어떤 공직은 연임이 불가능한데, 같은 사람이 두 번 다시 취임할 수 없거나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야 취임할 수 있다. 다른 공직, 이를테면 배심원이나 시민 전체가 참가하는 민회 회원직은 임기 제한이 없다. ……  구별하기 위해서 그것을 [배심원과 민회 회원을] ‘임기 제한이 없는 공직’이라고 부르기로 하고, 그런 공직에 참여하는 시민을 공직자라고 부르기로 하자. (1275a22)


  필연적으로 정체가 다르면 시민도 다른데, 우리가 정의한 시민은 민주정체에 가장 잘 맞지만, 다른 정체들에도 꼭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275a33)


  의결권과 재판권에 참여할 권리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그 나라의 시민인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간단히 말해 자족한 삶을 영위하기에 충분할 만큼 많은 수의 시민들로 구성된 단체다. (1275b13)



        제3장 국가의 연속성과 정체성


  국가는 공동체, 그것도 하나의 정체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공동체인 만큼, 정체가 바뀌어 다른 종류의 것이 되면 국가도 필연적으로 더 이상 같은 국가일 수 없다. …… 국가의 동질성을 판단할 때는 주로 정체의 동질성이 기준이 되어야 함이 분명하다. 그러니 같은 사람들이 거주하느냐 다른 사람들이 거주하느냐와 상관없이 우리는 정체의 동질성을 기준으로 한 국가를 같은 국가 또는 다른 국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1276a30)


  시민들도 서로 다르지만 그들 모두에게는 공동체의 안정이라는 공통된 과제가 있는데, 여기서 공동체란 다름 아닌 정체다. 따라서 시민의 탁월함은 반드시 정체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정체는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인 만큼, 훌륭한 시민의 탁월함도 한 가지만 완벽한 것일 수 없다. 그런데 훌륭한 사람은 한 가지 완벽한 탁월함을 지닌 사람이라고 우리는 말한다. 따라서 훌륭한 사람의 탁월함을 지니지 않아도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음이 명백하다. (1276b16)


  국가가 전적으로 훌륭한 사람들로 구성될 수 없는 것이라면, 그럼에도 개개의 시민이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훌륭히 수행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탁월함을 지녀야 한다면, 모든 시민이 똑같을 수 없는 만큼 시민의 탁월함과 훌륭한 사람의 탁월함은 동일할 수 없다. 훌륭한 시민의 탁월함은 모든 시민이 지녀야 하지만―그래야만 국가가 최선의 국가가 될 테니까―훌륭한 국가의 시민들이라고 해서 모두 훌륭한 사람일 수 없는 만큼 모든 시민이 훌륭한 사람의 탁월함을 지닌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276b35)


  우리는 훌륭한 치자는 훌륭하고 선견지명(phronimos)이 있어야 한지만, 시민은 굳이 선견지명이 없어도 된다고 말한다. …… 치자의 탁월함과 시민의 탁월함을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1277a5)


  반면 사람들은 지배할 줄도 알고 복종할 줄도 아는 능력을 찬양하며, 두 가지에 일에 능한 사람을 탁월한 시민으로 간주한다. (1277a25)


  주인의 지배라는 것이 있는데, 생활에 꼭 필요한 노예 노동에 관계된다. 주인은 이런 일들을 어떻게 하는지 알 필요는 없고 남들에게 시키기만 하면 된다. …… 이런 종류의 피치자들의 노동은 훌륭한 정치가나 훌륭한 시민이 개인적으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배울 필요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과 노예의 구분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1277a33)


  그 밖에 동등한 자들과 자유민들에 대한 지배도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정치가의 지배라고 한다. 이런 지배는 치자가 지배받고 복종함으로써 배워야 한다. …… 치자와 피치자의 탁월함은 서로 다른 것이지만, 훌륭한 시민은 이 두 가지에 다 능해야 한다. 말하자면 훌륭한 시민은 자유민답게 지배할 줄도 알고 자유민답게 복종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바로 시민의 탁월함이다. (1277b7)


  치자의 절제와 정의가 피치자의 그것과 다르다 해도, 훌륭한 사람의 탁월함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 지배받지만 자유민인 훌륭한 사람의 탁월함, 예컨대 그의 정의는 언제나 같은 것이 아니라, 그가 지배하느냐, 지배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1277b18)


  치자 고유의 탁월함은 선견지명(phronesis)뿐이다. 다른 탁월함은 치자와 피치자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다. 대신 피치자의 탁월함은 선견지명이 아니라 올바른 의견일 것이다. (1277b25)



        제5장 직공도 시민이 되어야 하는가?


  국가 존립에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시민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예컨대 미성년자는 성인과 같은 의미에서 시민이 아니다. 성인은 절대적인 의미에서 시민이지만, 미성년자는 조건부 시민이다. (1277b39)

 

  최선의 국가라면 직공을 시민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직공을 시민으로 받아들인 국가라면 우리가 앞서 말한 시민의 탁월함은 모든 시민이 다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이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노동에서 해방된 자들만이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278a6)


  이상에서 두 가지가 밝혀졌는데, 그중 하나는 시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의 공직에 참여하는 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시민이라는 것이다. (1278a34)



        제6장 바른 정체와 그른 정체


  정체란 여러 공직, 특히 모든 일에 최고 결정권을 가진 기구에 관한 국가의 편제(編制, taxis)다. 어느 국가에서나 정부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만큼, 정부가 실제로는 정체인 것이다. 예컨대 민주정체에서는 민중(demos)이 최고 권력을 가지며, 과두정체에서는 소수자(oligoi)가 최고 권력을 가진다. (1278b6)


  정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평등과 동등의 원칙에 입각한 국가에서는 시민들은 자신들이 교대로 관직을 맡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당연한 일이지만 전에는 교대로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가 퇴직한 사람은 자신이 공직에 있을 대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보살폈듯이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보살펴주리라 기대하곤 했다. (1279a8)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체는 절대 정의의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올바른 정체고, 치자들의 개인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정체는 모두 잘못된 것이고 올바른 정체가 왜곡된 것이다. (1279a16)



제7장 올바른 정체와 왜곡된 정체의 구분


  정체와 정부는 사실상 같은 뜻이다. 정부는 국가의 최고 권력기구인데, 최고 권력기구는 필연적으로 한 사람, 소수자 또는 다수자에 의해 대표된다. ……  국가가 제공하는 이익에 참여하지 못하는 자는 시민이라고 불리지 말든지, 시민이라고 불리면 당연히 이익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1279a25) [공정성 논변과 유사. 혜택 받았으면 정치적 복종의 의무를 져야 한다.]


  한 사람이 통치하는 정부들 가운데 공동의 이익을 고려하는 정부를 우리는 보통 왕정이라고 칭하며, 한 사람 이상의 소수자가 통치하는 정부를 귀족정체라고 칭한다. …… 다수자가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통치할 경우, 정부는 모든 정체에 공통된 명칭인 ‘정체’ 또는 ‘혼합 정체’라고 불린다. (1279a32)


  앞서 말한 정체들 중 왕정이 왜곡된 것이 참주정체, 귀족정체가 왜곡된 것이 과두정체, ‘혼합 정체’가 왜곡된 것이 민주정체다. (1279b4)


<최고 권력기구의 대표자 수에 따른 정체의 분류>

 

올바른 정체

(공공의 이익 추구)

왜곡된 정체

(치자들의 개인적 이익 추구)

1인

왕정

참주정체

소수

귀족정체

과두정체

다수

혼합정체(정체)

민주정체



        제8장 경제를 기준으로 한 정체의 구분


  참주정체는 국가 공동체를 마치 주인이 노예를 지배하듯 통치하는 1인 지배 정체다. 재산을 가진 자들이 정권을 잡으면 과두정체이고, 반면 재산을 갖지 못한 무산대중이 정권을 잡으면 민주정체다 첫 번째 문제점은 바로 이런 정의와 관련되어 있다. 말하자면 부유한 다수자가 정권을 잡더라도 다수자가 지배하는 만큼 민주정체라 해야 하고, 반대로 부자들보다 수는 적어도 힘이 더 센 민중이 정권을 잡는다면 소수자가 지배하는 만큼 과두정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우리가 정체를 구분하는 방법은 더 이상 옳아 보이지 않는다. (1279b16)


  이렇게 볼 때 최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소수냐 다수냐 하는 것은, 다시 말해 과두정체에서는 소수이고, 민주정체에서는 다수라는 것은 순전히 우발적인 현상임이 분명하다. 어디서나 부자는 소수이고, 빈민은 다수이니 말이다. 따라서 소수냐 다수냐 하는 앞서 말한 이유들로 과두정체와 민주정체가 구분되지 않는다. 민주정체와 과두정체의 진정한 차이점은 가난과 부(富)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그들이 수가 많건 적건 재산이 많기 때문에 지배하면 과두정체이고, 빈민이 지배하면 민주정체다. (1279b34)



        제9장 정치권력의 올바른 배분


  민주정체의 지지자들에게 정의는 평등을 뜻한다. 정의가 평등을 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만인이 아닌 평등한 자들만을 위한 평등이다. 한편 과두정체의 지지자들은 공직 배분에서 불평등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옳은 것은 사실이지만, 만인이 아닌 불평등한 자들에게만 옳은 것이다. 이렇듯 ‘누구에게’를 빼버린 채 정의를 판단하면 잘못 판단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에 관해 판단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가 걸려 있을 d때는 잘못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의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다. 그리고 올바른 배분이란 주어진 사물들이 상대적 가치가 받는 사람들의 상대적 가치에 상응하는 배분이다. …… 과두정체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한 가지 점에서, 예컨대 부에서 불평등하면 모든 점에서 불평등하다고 믿는다. 민주정체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한 가지 점에서, 예컨대 자유민의 신분에서 평등하면 모든 점에서 평등하다고 믿는다. (1280a7)


  좋은 질서를 가진 국가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시민의 좋은 탁월함과 나쁜 탁월함에 관심이 있다. 따라서 이름만 국가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국가라면 시민들의 탁월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1280b6)


  국가는 같은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단순한 공동체가 아니며, 상호 간에 부당 행위를 방지하고 교역을 촉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국가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 조건들이다. 그러나 그런 조건들이 다 충족된다 해도 국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란 그 구성원의 가족들과 씨족들이 훌륭하게 살 수 있게 해주기 위한 공동체이며, 그 목적은 완전하고 자족적인 삶이다. 그런 공동체는 같은 곳에 살며 서로 혼인하는 자들 사이에서만 형성될 수 있다. 그래서 국가에는 친인척 관계와 씨족 연맹과 축제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오락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우애(philia)의 산물이다. 함께 살겠다는 의지야말로 다름 아닌 우애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목적은 훌륭한 삶이며, 앞서 말한 것들은 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국가는 완전하고 자족적인 삶을 위한 씨족들과 마을들의 공동체다. 그리고 완전하고 자족적인 삶이란 행복하고 훌륭하게 사는 것을 뜻한다. (1280b23)



        제10장 국가의 최고 권력


  유능한 자들이 통치도 하고 모든 일에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하는가? 이 경우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공직에서 배제되어 시민으로서의 명예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공직(arche)을 명예(time)라고 부르는데, 만약 같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통치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시민으로서의 명예를 박탈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81a28)



        제11장 집단의 판단은 현명하다


  소수자인 가장 훌륭한 자들보다 대중이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견해는 받아들일 만하고, 다소 문제점이 있기는 해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는 것 같다. 다수자는 비록 그중 한 명 한 명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함께 모였을 때는 개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전체로서 소수자인 가장 훌륭한 사람들보다 더 훌륭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들은 다수고, 각자는 나름대로 탁월함과 지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이 사람은 이 부분을, 저 사람은 저 부분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1281a39) [꽁도르세의 배심원 정리와 유사]


  ‘자유민 또는 시민 대중은 어떤 업무에서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하느냐’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들은 부자도 아니고 탁월함에 근거해 무엇을 요구할 처지도 못 되는 자들이다. 이들이 최고 공직에 참여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들의 불의한 기준은 필연적으로 불의를 저지르게 하고, 이들의 어리석음은 실수를 저지르게 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배제되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빈민이 공직에서 배제되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적들로 가득찰 것이기 때문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이들이 심의와 재판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 이들이 한데 모이면 충분한 지각을 갖게 되고, 더 나은 자들과 섞이면 국가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1281b21)


  첫째, 우리의 조금 전 주장에 따르면, 대중이 지나치게 저질스럽지 않은 한 그들 개개인은 전문가들보다 못한 판단을 내릴지 몰라도 집단으로서는 더 나은 또는 못지않은 판단을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몇몇 분야에서는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제품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가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제작자가 유일하게 도는 가장 훌륭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282a14)


  권력을 갖는 것은 배심법정이나 평의회나 민회의 개별 구성원이 아니라 법정과 평의회와 민회 전체이며, 앞서 말한 개별 구성원, 즉 평의회 회원과 민회 회원과 배심원은 이것들의 부분 또는 구성원에 지나지 않는다. 다라서 대중이 더 중요한 업무들에서 최고 권력을 갖는 것은 정당하다. (1282a32)


  첫 번째 문제에 관한 논의에서 분명히 밝혀진 것은, 올바르게 제정된 법(nomos)이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통치자는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모든 경우에 보편타당한 규정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법이 정확한 지침을 제공할 수 없는 업무들만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1282b1)



        제12장 정의와 평등


  모든 학문과 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선(善, agathon)이다. 이 점은 모든 학문과 기술의 으뜸인 정치에 특히 가장 많이 적용되는데, 정치의 선은 정의이며, 그것은 곧 공동의 이익이다. 다들 정의는 일종의 평등이라고 생각한다. …… 말하자면 그들은 정의는 특정한 사물들을 특정한 사람들에게 배분하는 것을 조정하며, 평등한 사람들에게는 평등해야 한다고 말한다. (1282b14)


  공직을 요구하는 자들은 국가 존립에 필요한 부문들에서 서로 경쟁해야 한다. 따라서 명문자제들이나 자유민이나 부자들이 공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이리다. 공직자들은 자유민이어야 하고 납세자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 국가는 부와 자유민의 신분 없이는 존립할 수 없고, 정의감과 전사로서의 탁월함 없이는 잘 다스려질 수 없기 때문이다. (1283a9)



        제13장 공직에 대한 요구


  훌륭한 삶을 고려한다면, 앞서 말했듯이 교육과 탁월함이 공직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정당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점에서 평등한 자들이 모든 점에서 평등해서도 안 되고, 한 가지 점에서 불평등한 자들이 모든 점에서 불평등해서도 안 되므로, 이런 주장들을 인정하는 정체는 필연적으로 왜곡된 정체다. (1283a23)


  우리는 ‘올바른’이라는 말은 ‘평등하게 올바른’의 듯이며, ‘평등하게 올바른’ 것이란 국가 전체의 이익과 시민들의 공동 이익에 연관되는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민이란 일반적으로 번갈아가며 지배하고 지배받는 사람이다. 시민은 정체의 형태에 다라 달라지지만, 최선의 국가에서는 탁월함을 추구하는 삶을 위해 자진하여 지배하고 지배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1283b27)



        제15장 왕정과 법의 관계 1


  법조문에 얽매인 정체는 최선의 정체가 아님이 분명하다. 하지만 치자들은 분명 보편적인 원칙도 갖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감정에서 자유로운 것이 감정을 타고난 것보다 나은데, 법은 감정이 없는 반면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감정에 휘둘리기 마련이다.  …… 따라서 최선의 한 사람은 분명 입법을 하고 법을 제정해두어야 한다. 그러나 그 법들은 다른 경우에는 최고 권력을 유지하되 적절치 못할 때는 최고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 ((1286a7)


  모두가 훌륭한 다수자의 통치를 귀족정체라 하고, 한 사람의 통치를 왕정이라 한다면, 왕이 친위대를 거느리든 말든 왕정보다는 귀족정체가 국가를 위해서는 더 바람직하다. 똑같이 훌륭한 다수를 구할 수만 있다면. (1286b1)



        제16장 왕정과 법의 관계 2


  우리가 논의하는 절대왕정은 왕이 모든 일을 자의적으로 처리하는 왕정을 뜻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동등한 자들로 구성된 국가에서 한 사람이 모든 시민을 통제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주장인즉 자연적으로 동등한 자들에게는 동등한 권리와 동등한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에 맞는 만큼, …… 그래서 동등한 자들 사이에서는 각자가 지배받기도 하고 지배하기도 하는 것이, 그리하여 모두가 공직을 번갈아 맡는 것이 옳은 것이다. (1287a1)


  여기서 우리는 법과 마주치게 된다. 공직을 번갈아 맡는 것과 같은 제도는 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들 가운데 한 명이 지배하는 것보다는 법이 지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리고 같은 논리에 따르면, 여러 명이 통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해도 그 여러 명은 법의 수호자 겸 하인으로 임명되어야 한다. …… 법의 지배를 요구하는 자는 다름 아닌 신과 이성이 지배하기를 요구하는 것이고, 인간의 지배를 요구하는 자는 거기에 야수적인 요소를 덧붙이는 것이다. 욕망은 야수와 같은 것이고, 분노는 통치자들과 가장 훌륭한 인간마저도 오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은 욕구에서 해방된 이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287a18)


  정의(dikaion)를 구하려면 중용(meson)을 구해야 함이 분명한데, 법이 바로 중용이다. (1287a33)


  법의 지배를 옹호하는 자들도 그런 업무[법이 포함할 수 없는 없는 업무]는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다만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이 결정하기를 요구할 뿐이다. (1287b15)



        제17장 왕권의 최선의 형태


  정치적 탁월함에서 걸출한 가문이 국가를 통치하는 것을 본성적으로 잘 참고 견디는 주민들은 왕정에 맞고, 정치적 탁월함에서 걸출하여 통치할 능력이 있는 자들에 의해 자유민으로서 지배받는 것을 본성적으로 잘 참고 견디는 주민들은 귀족정체에 맞고, 재산 있는 자들에게 가치에 따라 공직을 배분하는 법에 의해 지배받기도 하고 지배할 수 도 있는 주민들은 ‘혼합 정체’에 맞다. (1288a6)






제 4 권 실제 정체와 그 변형들


        제1장 정치학의 과제와 대상


  정체에 법을 맞춰야지 법에 정체를 맞춰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체는 공직들이 어떻게 배분되며 국가의 최고 권력은 누가 가지며 각각의 공동체가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국가의 제도인 반면, 법은 정체의 이런 규정과는 달리 치자들이 거기에 따라 통치하고 위반자를 감시하고 제지하는 규칙들이기 때문이다. (1289a11)



        제2장 정체들의 질적 순위


  이 중 귀족정체와 왕정에 관해서는 이미 논했다. 최선의 정체를 고찰하는 것은 이들 두 정체를 고찰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1289a26)

[아리스토텔레스는 왕정과 귀족정체를 최선의 정체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왕정보다는 훌륭한 여러 사람이 다스리는 귀족정체를 더 나은 것이라 보는 것 같다.]


  참주정체가 최악이고, 올바른 정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과두정체는 귀족정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그다음으로 나쁘고, 민주정체가 가장 견딜 만하다. (1289a38)



        제3장 정체는 왜 여러 가지인가?


  정체를 구성하는 부분이 여러 종류인 만큼, 정체도 분명 여러 종류일 수밖에 없다. …… 따라서 부분들의 우월성과 차이에 따른 조합만큼이나 많은 정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1290a3)



        제4장 국가의 여러 부분과 민주정체의 여러 종류


  자유민이 최고 권력을 가지면 민주정체고, 부자들이 최고 권력을 가지면 과두정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쪽이 많고 한쪽이 적은 것은 우연이지만, 실제로는 자유민은 많고 부자들은 적기에 하는 말이다. (1290a30)


  하지만 민주정체와 과두정체는 가난과 부라는 판단 기준만으로는 충분히 구별되지 않는다. …… 따라서 우리는 이 두 정체를 적절히 구별하기 위해서는 다른 판단 기준을 사용해야 한다. …… 다수자인 가난한 자유민이 최고 권력을 잡을 때는 민주정체고, 소수자인 부유한 귀족들이 최고 권력을 잡을 때는 과두정체다. (1290b7)


  법이 지배하는 민주정체에서는 민중선동가가 나타나지 않고, 가장 훌륭한 시민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이 최고 권력을 갖지 못하는 국가에서는 민중선동가들이 나타난다. 이것은 민중이 다수로 구성된 독재자가 되기 때문이다. (1292a7)


  법이 최고 권력을 갖지 않는 곳에는 정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이 모든 보편적인 것에 대해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하고, 공직자들은 개별적인 경우들을 조정하면 된다. …… 따라서 민주정체가 정체 가운데 하나라면, 모든 것이 민중의 결의에 따라 결정되는 이런 체계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정체가 아님이 명백하다. 민중의 결의에는 보편타당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1292a31)



        제7장 귀족정체의 여러 변형


  네 가지 주요 정체란 독재정체, 과두정체, 민주정체 그리고 이른바 귀족정체다. 그 밖에도 다섯 번째 종류의 정체가 있는데, 정체(politeia)라는 포괄적인 이름으로 불린다. (1293a35)


  우리가 앞서 논의한 정체만이 귀족정체라고 불리어 마땅하다. 왜냐하면 어떤 특정한 기준에 의해 훌륭한 것이 아니라 무조건 가장 훌륭한 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정체만이 진정한 의미의 귀족정체라고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귀족정체에서만 훌륭한 사람과 훌륭한 시민은 무조건 일치하고, 다른 정체에서 훌륭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체의 기준에 따라서만 훌륭하다. (1293b1)



        제8장 '혼합 정체'와 귀족정체의 차이


  ‘혼합 정체’는 간단히 말해 과두정체와 민주정체의 혼합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민주정체 쪽으로 기우는 혼합만 ‘혼합 정체’라 부르곤 한다. 과두정체 쪽으로 더 기우는 혼합은 귀족정체라 부르곤 하는데, 교양과 좋은 가문은 일반적으로 부유층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1293b22)


  법의 지배는 첫째, 사람들이 기존의 법을 지킬 때 가능하고, 둘째, 사람들이 지키는 법이 좋을 때 가능하다. (1293b42)


  탁월함에 따라 공직을 배분하는 것이 귀족정체의 주된 특징이다. 귀족정체의 원칙은 탁월함이고, 과두정체의 원칙은 부이며, 민주정체의 원칙은 자유민 신분이니 말이다. 물론 다수결의 원칙은 이 모두에서 발견된다. …… ‘혼합 정체’에서 동등한 몫을 요구할 수 있는 요소는 사실은 세 가지, 즉 자유민 신분, 부, 탁월함이다. (1294a9)



        제9장 과두정체와 민주정체의 혼합으로서의 ‘혼합 정체’



  제대로 혼합된 ‘혼합 정체’는 민주정체의 요소와 과두정체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그중 어느 쪽 요소도 포함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1294b34)



        제11장 대부분의 국가를 위한 가능한 최선의 정체


  행복한 삶이란 방해받지 않고 탁월함에 따라 사는 삶이며, 탁월함은 중용에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중도적인 삶이,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중용의 삶이 최선의 삶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이런 판단 기준은 국가에도 정체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정체는 말하자면 국가의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1295a34)


  중도와 중용이 최선이라는 것이 인정된 만큼, 행운의 선물을 소유하는 데서도 중간 상태가 최선임이 명백하다.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이성(logos)에 가장 잘 복종하기 때문이다. (1295b1)

 

  공동체는 우애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애 대신 적대감을 품게 되면 사람들은 적과는 같은 길을 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국가는 가능한 한 동등하고 대등한 자들로 구성되려고 하는데, 이런 조건은 주로 그 구성원이 중산계급일 때 충족된다. 따라서 우리가 말한 국가의 자연스런 구성 성분들로 구성된 국가가 필연적으로 가장 훌륭한 정체를 갖는다. (1295b13)


  그리고 한 국가에서 가장 안전한 것이 중산계급이다. 그들은 빈민들처럼 남의 재물을 탐하지도 않거니와, 빈들이 부자의 재물을 탐하듯, 아무도 그들의 재물을 탐하지 않기 때문이다. 91295b28)


  따라서 중산계급으로 구성된 정체가 최선의 국가 공동체고, 중산계급이 많아 가능하다면 다른 두 계층을 합한 것보다, 아니면 적어도 어느 한쪽보다 더 강한 국가는 훌륭한 겆엧를 가질 것이 분명하다. (1295b34)


  따라서 중간 형태의 정체가 최선임이 분명하다. 거기에는 파쟁이 없기 때문이다. (1296a7)


  민주정체가 과두정체보다 더 안정되고 더 오래 존속하는 것은 중산계급 덕분이다. 중산계급은 수가 많은 데다 과두정체에서보다는 공직에 더 많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1296a13)



        제12장 정체에서 질과 양의 균형


   우선 모든 정체에 적용될 만한 보편적인 원칙 하나를 가정하겠는데, 정체가 존속되기를 원하는 국가의 부분이 그렇지 않은 부분보다 더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1296b13)


  모든 국가는 질과 양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질이란 자유, 부, 교육, 좋은 가문을, 양이란 대중의 수적 우위를 뜻한다. …… 질과 양은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1296b17)


  입법자는 언제난 정치적 결정권을 가진 계층에 중산계급을 포함시켜야 한다. (1296b34)


  중산계급이 다른 두 계층을 합한 것보다, 또는 둘 중 어느 한쪽보다 수가 많은 곳에서는 ‘혼합 정체’가 지속될 수 있다. (1296b38)


  정체는 더 잘 혼합될수록 그만큼 오래 존속된다. (1297a6)



        제13장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올바른 전략과 그릇된 전략


  양쪽을 제대로 혼합하려면 양쪽의 술수를 한데 섞어 빈민이 참석하면 수당을 지급하고, 부자가 참석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1297a35)


  '혼합 정체‘는 중무기를 가진 자들로만 구성되어야 한다. (1297b1)


  국가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고 중무장보병들이 더 득세하면서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의 수도 늘어났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혼합 정체’라고 부르는 정체는 전에는 민주정체라고 불렀던 것이다. (1297b12)



        제14장 정체와 심의권


  이 세 부분 중 첫 번째는 공부에 관해 심의하는 부분이고, 두 번째는 공직에 관한 부분이다. …… 세 번째는 재판에 관한 부분이다. (1297b35)


  심의하는 부분은 전쟁과 평화, 조약의 체결과 폐기, 입법, 사형, 추방형, 재산 몰수형, 공직자 임명, 임기 만료 시 공직자들에 대한 감사에 관해 최고 권력을 갖는다. (1298a3)


  시민 전체가 모든 공무를 결정하는 것은 민주정체의 특징이다. 민중이 추구하는 평등은 그런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1298a9)


  한편 시민 몇 명이 모든 안건을 심의하는 것은 과두정체의 특징이다. (1298a34)



        제15장 정체와 집행권

  일반적으로 말해 특정 안건에 대한 심의권과 결정권과 명령권, 그중에서도 특히 명령권을 위임받은 공직을 공직이라고 불러야 하 frjt이다. 명령하는 것이야말로 공직자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1299a14)






제 5 권 혁명과 정체 변혁의 원인들


        제1장 정체 변혁의 일반적 원인 1


  우리가 asjwj 논의의 출발점으로 전제해야 하는 것은, 여러 정체가 생겨난 것은 정의가 비례적 평등에 있다는 데에는 다들 동의하면서도, 앞서 말했듯이 그것을 성취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민주정체는 어떤 한 가지 점에서 평등한 자들은 절대적으로 평등하다는 생각에서 생겨났다. (그들은 모두가 자유민인 만큼 모두가 절대적으로 평등하다고 주장하니 말이다.) 한편 과두정체는, 어떤 특정한 점에서 불평등한 자들은 모든 점에서 불평등하다는 생각에서 생겨났다. 말하자면 그들은 자신들이 재산에서 불평등한 만큼 모든 점에서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민주정체의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평등하다는 이유로 모든 것에 동등한 몫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과두정체의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불평등하다는 이유로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데, ‘더 많은 것’은 불평등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민주정체와 과두정체는 둘 다 일종의 정의에 근거하고 있긴 하지만 절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실패작이다. 그래서 둘 중 어느 쪽이든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국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 파쟁을 일으킨다. (1301a25)

  

  대체로 이런 것들이 파쟁의 근원이자 원천이며, 이로 인해 파쟁이 발생한다. 그렇게 보면 정체의 변혁이 왜 두 가지 방법으로 일어나는지 설명이 된다. 한 가지 방법은 변혁이 기존의 정체를 반대하여 정체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다. …… 그런가 하면 변혁이 기존 정체를 반대하지 않고, 과두정체나 독재정체 같은 기존의 정체가 그대로 존속되기를 원하면서 정권을 장악하려고 하는 때도 있다. (1301b4)


  어디서나 불평등이 파쟁의 원인이다. 그러나 불평등한 자들이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에 비례하는 대우를 받으면 불평등이 아니다. (1301b26)


  평등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수에 따른 평등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axia)에 따른 평등이다. ‘수에 따른 평등’이란 양이나 크기에서 동일하고 평등한 것을 의미하고, ‘가치에 따른 평등’이란 비례에서 동등한 것을 의미한다. (1301b29)


  그러나 사람들은 절대적 정의는 가치에 따른 정의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앞서 말했듯이, 실제로는 의견을 달리한다. 어떤 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한 가지 점에서 평등하면 모든 점에서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한 가지 점에서 불평등하면 모든 점에서 불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로 민주정체와 과두정체라는 두 가지 정체가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1031b35)


  어떤 경우에는 수적 평등을, 다른 경우에는 비례적 평등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1302a2)


  하지만 민주정체는 과두정체보다 더 안정되어 있고 파쟁에 덜 노출되어 있다. 과두정체에는 과두정파끼리의 파쟁과 민중과의 파쟁이라는 두 가지 파쟁이 일어나지만, 민주정체는 과두정파와의 파쟁에만 노출되어 있고, 민중 사이에서는 이렇다 할  파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밖에 중산계급으로 구성된 정체는 과두정체보다는 민주정체에 더 가깝고, 이상적인 정체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정체 중에서 가장 안정성이 있다. (1302a8)



        제2장 정체 변혁의 일반적 원인 2


  이렇듯 덜 가진 자들은 똑같이 갖기 위해, 똑같이 가진 자들은 더 갖기 위해 들고일어난다. 이것이 파쟁을 일으키는 자들의 심적 상태다. (1302a22)


  파쟁을 일으키는 동기는 이익과 명예에 대한 욕구거나, 불명예와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다. (1302a31)



        제3장 정체 변혁의 개별적 원인


  이 가운데 교만과 이익 추구가 어떤 영향력이 있으며, 어떻게 해서 파쟁의 원인이 되는지는 명백하다. (1302b5) [공직자들의 교만과 탐욕]


  명예가 어떤 영향력이 있으며, 어떻게 해서 파쟁의 원인이 되는지도 분명하다. (1302b10)


  한 사람 또는 몇 사람이 국가나 국가의 지배계층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권력을 행사할 경우 우월성도 파쟁의 원인이 된다. (1302b15)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도 파쟁을 일으키는데,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처벌받을까 두려워하는 자들과 부당한 일을 당할까 두려워 미리 선수를 쓰는 자들의 경우가 그렇다. (1302b21)


  경멸도 파쟁과 봉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302b25)


  국가의 한 부분의 불균형한 성장도 정체 변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302b33)



        제5장 민주정체가 전복되는 이유


  민주정체에서 변혁이 일어나는 것은 주로 민중선동가들의 무절제 때문이다. 민중선동가들은 때로는 부자들을 개별적으로 무고함으로써 부자들이 단결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가장 사이 나쁜 적들도 공동의 위험 앞에서는 결속하기 마련이니까.), 때로는 부자들을 공격하도록 대중을 공공연하게 부추긴다. (1304b19)



        제6장 과두정체가 전복되는 이유


  과두정체에서 변혁이 일어나는 이유 중에는 두 가지가 특히 두드러진다. 한 가지는 정부가 대중을 부당하게 억압할 때다. 그 경우 누구라도 대중의 선봉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305a36)


  그러나 지배계급 바깥에서 시작되는 파쟁은 여러 이유로 세분화될 수 있다. (1305b1)



        제7장 귀족정체가 전복되는 이유


  귀족정체에서 파쟁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수만이 공직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것은 과두정체에서 분란이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도 글러 것이 귀족정체도 어떤 의미에서는 과두정체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두 정체에서는 비록 그 이유는 달라도 소수자가 지배계층이다. 그래서 귀족정체는 과두정체의 일종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파쟁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특히 대중의 일부가 자신들도 지배계층 못지 않은 탁월함을 지니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때다. (1306b22)


  ‘혼합 정체’와 귀족정체가 해체되는 것은 대개는 정체 자체가 정의에서 이탈하기 때문이다. ‘혼합 정체’가 해체되는 것은 민주정체의 요소와 과두정체의 요소를 적절히 혼합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며, 귀족정체가 해체되는 것은 이 두 가지 요소와 탁월함을, 특히 이 두가지 요소, 즉 민주정체와 과두정체를 적절히 혼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합 정체’와 대부분의 이른바 귀족정체가 혼합하려고 하는 것은 이 두 가지 요소이니 말이다. 귀족정체와 이른바 ‘혼합 정체’의 유일한 차이는 이 두 가지 요소를 혼합하는 방법에 있으며, 이것은 또 전자가 덜 안정되어 있고, 후자가 더 안정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두정체 쪽으로 기우는 정체는 귀족정체라 불리고, 대중 쪽으로 기우는 정체는 ‘혼합 정체’라고 불린다. 그래서 ‘혼합 정체’가 귀족정체보다 더 안정되어 있는 것이다. 수가 많을수록 힘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1307A5)






제 6 권 민주정체와 과두정체는

어떻게 구성해야 가장 안정성이 있는가


        제2장 민주정체의 구성 방법 2


  민주정체의 토대는 자유다. 일반적인 견해에 따르면 자유는 민주정체에서만 누릴 수 있으며, 모든 민주정체가 추구하는 목표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고 한다. 자유의 한 가지 원칙은 모두가 번갈아가며 지배하고 지배받는다는 것이다. 민주정체의 정의는 가치에 따른 비례적 평등이 아니라 수에 따른 산술적 평등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의라면, 필연적으로 다수가 최고 권력을 갖고, 다수가 결의한 것이 최종적인 것이며 정의로운 것이다. (1317a40)


  전형적인 민주정체와 민중은 모두가 수적으로 평등하다는, 민주정체의 특징으로 인정된 정의관에서 생겨난다. 평등이란, 이를테면 빈민이 부자보다 국정에 더 많이 참여하지 않는다거나, 빈민이 정권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그 수에 따라 평등하게 국정에 참여하는 것을 뜻하니 말이다. 그래야만 국가에 평등과 자유가 보장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1318a3)



        제3장 평등을 확보하는 방법들


  양측이 모두 동의하는 평등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양측이 제시하는 정의의 개념부터 검토해봐야 한다. 그런데 양측 모두 다수 시민의 결정이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조건 그래서는 안 된다. 국가는 부자와 빈민이라는 두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양 집단 모두나 각 집단의 다수가 결정한 것은 최종 결정권을 가지게 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두 집단이 상반된 결정을 내릴 때는 다수자의 결정이, 다시 말해 평가 재산의 총액이 더 많은 집단의 결정이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1318a27)



        제4장 최선의 민주정체


  이런 이유에서 앞서 말한 민주정체에서는 전 시민이 공직자를 선출하고 감사하고 법정의 배심원이 도지만 고위 공직자들은 재산 자격 요건에 근거하여 선출하거나―고위 공직일수록 더 높은 재산 자격 요건을 요구해야 한다―아니면 공직 취임에 재산 자격 요건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 능력 있는 자들에게 공직을 배분하는 것이 유익하기도 하거니와 관행이기도 하다. (1318b27)



        제5장 민주정체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입법자와 그런 정체를 수립하려고 하는 자들에게는 그런 정체를 수립하는 것보다는 그런 정체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또는 유일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1319a33)


  극단적 민주정체에는 대개 인구가 많은데, 시민들은 수당을 지급받지 않으면 민회에 참석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세수가 넉넉하지 못할 경우 귀족에게 불리할 수 있다. 필요한 기금을 재산세와 재산 몰수와 불공정한 재판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관행으로 인해 지난날 수많은 민주정체가 전복되었다. (1320a17)


  진정한 민주정체 옹호자라면 대중이 너무 가난해지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지나친 가난이 민주정체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1320a29)



        제6장 과두정체의 구성


  가장 잘 혼합된 첫 번째 과두정체는 이른바 ‘혼합 정체’에 가깝다. 이 과두정체에서는 높고 낮은 두 가지 재산 자격 요건을 도입해야 하는데, 낮은 재산 자격 요건은 꼭 필요한 공직자를, 높은 재산 자격 요건은 고위 공직자를 충원하는 데 써야 한다. 재산 자격 요건을 취득한 자는 누구든지 국정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1320b21)






제7권 이상국가와 교육의 원리


        제1장 국가와 개인의 행복


  우리는 먼저 어떤 삶이 말하자면 만인에게 가장 바람직한지 확인하고, 이어서 공동체와 개인에게 같은 삶이 가장 바람직한지 아닌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1323a14)


  선은 외적인 선, 몸의 선, 혼의 선으로 삼분되며, 행복한 삶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323a21)


  보다시피 탁월함은 외적인 선에 의해 획득되고 보존되지 않지만, 외적인 선은 탁월함에 의해 획득되고 보존되며 인간에게 행복한 삶이 쾌락에 있든 탁월함에 있든 이 양자 모두에 있든, 외적인 선은 필요 이상으로 갖고 있지만 성격과 이서에서는 부족한 데가 많은 사람들보다는 성격과 이성은 아주 잘 계발되어 있지만 외적인 선은 적당한 한도 내에서 가진 사람들이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1323a34)


  외적인 선은 다른 도구가 다 그러하듯 한도가 있고, 유용한 것은 모두 어떤 목적에 유용하다. 그리고 외적인 선이 너무 많으면 그것을 가진 자에게 해롭거나, 적어도 전혀 이롭지 못하다. 그와는 달리 혼의 선은 무엇이나 많을수록 더 유용하다. 여기에도 ‘훌륭하다’는 표현뿐만 아니라 ‘유용하다’는 표현을 덧붙여야 한다면 말이다. (1323b6)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지는 행복의 양은 각자가 가진 탁월함과 지혜와 그에 다른 행위의 양에 비례한다는 데 동의해도 좋을 것이다. …… 행운은 필연적으로 행복과 다른 것이다. (1323b21)


  최선의 국가는 행복하고 잘나가는 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훌륭한 행위를 하지 않고서는 잘나갈 수 없다. 그리고 개인이건 국가건 탁월함과 지혜 없이는 훌륭한 행위를 하 ft ndjqt다. 국가의 용기, 정의, 지혜, 절제는 개인이 용감하고, 정의롭고, 지혜롭고, 절제 있다고 불릴 때 분유하는 탁월함과 같은 효력, 같은 성격을 갖는다. (1323b21)


  지금으로서는 개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최선의 삶은 탁월함이 요구하는 행위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외적인 선을 충분히 갖춘 탁월함의 삶이라고 가정해두자. (1323b36)



        제2장 정치적 삶과 철학적 삶 1


  국가의 행복과 개인의 행복이 같은 것이냐 아니냐는 문제를 논의하는 일이 남았다. 대답은 명백하다. 두 가지가 같은 것이라는 데 다들 동의할 테니 말이다. (1324a5)


  여기서 검토해야 할 문제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다른 시민들과 연대하여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삶과 정치 공동체를 초탈하여 이방인처럼 사는 삶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전 시민이 국정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든 아니면 다수자만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든, 어떤 정체가 국가의 어떤 상태가 최선인가 하는 것이다. (1324a13)


  최선의 정체는 분명 누구나 가장 훌륭하게 행동할 수 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제도여야 한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삶은 탁월함의 삶이라는 데 동의하는 자들도 정치적•실천적 삶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모든 외적인 사물을 초탈한 삶, 이를테면 철학자에게 어울리는 유일한 삶이라고들 하는 관조적인 삶이 더 바람직한가에 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1324a23)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인처럼 지배하는 것을 정치로 혼동하고 있는 듯하며, 자신에게는 옳지도 유익하지도 않다고 여기는 것을 남들에는 거리낌 없이 행한다. (1324b22)


  어떤 국가가 잘 다스려질 경우 혼자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1324b41)


  훌륭한 입법자가 할 일은 국가나 민족이나 공동체가 어떻게 훌륭한 삶과 그들에게 가능한 행복에 참여할 수 있는지 고찰하는 것이다. (1325a7)



        제3장 정치적 삶과 철학적 삶 2


  활동보다 활동하지 않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행복은 활동이고, 게다가 정의롭고 절제 있는 사람들의 활동은 훌륭한 일을 많이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25a31)


  서로 대등한 자들끼리는 공직을 번갈아 맡는 것이 바람직하고 옳다. 그것이 동등이고 평등이기 때문이다. 동등한 자들에게 동등하지 않은 것이 주어지고, 평등한 자들에게 평등하지 않는 것이 주어지는 것은 자연에 배치되며, 자연에 배치되는 것은 무엇이든 아름답지 못하다. 따라서 누군가 탁월함과, 최선의 행위를 실현할 능력에서 걸출하다면, 그를 따르는 것은 바람직하고 그에게 복종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그는 탁월함뿐만 아니라 행동할 능력도 있어야 한다. (1325b7)


  우리의 이런 주장이 옳다면, 그리고 행복이란 잘나가는 것이라고 규정해야 한다면, 국가 전체를 위해서난 개인을 위해서나 활동적인 삶이 최선의 삶일 것이다. 그러나 활동적인 삶이라고 해서 몇몇 사람들이 생각하듯 곡 타인과의 관계를 포함하는 삶일 필요는 없다. 또한 행위에서 결과를 얻기 위한 우리의 생각만이 활동적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하고 그 자체가 목적인 관조와 사색이 더 활동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사색의 목적은 훌륭한 행위이며,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활동(praxis)이기 때문이다. (1325b7)



        제4장 이상 국가의 규모


  최선의 정체는 적절한 물질적 토대 없이는 생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원하는 대로 상정하되, 불가능한 것을 상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전제에는 시민의 수와 영토가 포함된다. (1325b23)


  국가를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의 수와 질이고, 그 다음이 영토의 크기와 생김새다. (1326a5)


  경험이 말해주는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구가 너무 많은 국가는 잘 다스려지기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어렵다는 것이다. …… 법(nomos)은 질서(taxis)이며, 좋은 법은 따라서 좋은 질서여야 하는데, 너무나 많은 다수는 질서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1326a25)


  법정에서 재판하고 공적에 따라 공직을 배분하려면 시민드른 서로의 탁월함을 잘 알아야 한다. (1326b11)


  한 국ㄱ가의 최적 인구수는 자급자족적인 삶을 가능하게 해주되 전체를 쉽게 개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 다수임이 분명하다. (1326b22)



        제5장 이상 국가의 영토

  

  영토의 질에 관해 말하자면, 누구나 다 최대한 자급자족을 가능하게 해주는 영토를 선호할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갖고 있고 아무것도 부족한 점이 없는 것이 자급자족이기 때문에 그런 영토는 반드시 온갖 곡물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1326b26)


  범위와 크기에 관해 말하자면, 영토는 주민들이 절제를 지키며 자유롭게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커야 한다. (1326b30)